한국 출국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주중엔 K와 저녁도 같이 먹지 않아 하루 세끼를 모두 애랑 나랑 둘이서만 해결하면 되는 2인상이었다. 물론 이인"상"이라고 하기엔 터무니없이 조촐하여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고민과 계획을 따른 식단이었으니. 


이 상은 계획 없이 훈제연어 사 뒀던 귀한 시기에 럭셔리어스 하게 치즈 왕창이랑 싱거운 라즈베리랑 함께 폼만 냈던 아침 식사. 

(애는 이 날 연어도 라즈베리도 안 먹고 염소치즈로 배 채웠을 거다.) 







그리고 좀 더 한식 식성인 애를 위해 김치전, 





김치감자전 (yummy), 






나의 다이어트 목표를 위해 샐러드를 차려 놓고 너무하게 짠 미국 소세지 투입, 

(애는 퀴노아만 빼곤 다 먹음)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카레를 안 먹어서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식단일 줄 알았던 카레, 올해부터는 애도 거뜬히 밥한공기 해치웠던 메뉴. 





그리고는 여름이 지나 한국에서 언니가 가지고온 한국 미역과 마른 나물 상들...






한동안 한식 반찬에 빠져 올해 처음으로 고추조림, 북어조림, 고사리, 취나물 부지런히 해 먹었다. 






그러다 비빔밥으로, 






김밥으로, 






그리고 전까지. ㅋㅋㅋㅋ

(의식적으로 장보는 비용 아끼려 웬만하게 냉장고가 비지 않으면 장도 보러 나가질 않았더니 정말 못 먹고 버리는 음식이 거의 제로였던 것 같다.) 






그러다 메릴랜드로 이사와서 이년 전 조지아에서부터 알던 언니네 놀러갈 때마다 정말 맛있는 한식 얻어 먹고, 양념돼지고기도 몇팩씩 싸오고 (이날 거의 몇개월만에 먹는 고기구이 맛이 지금도 생생. 그러고보면 나도 고기 좀 사 먹어야 하는데...)






아침식사는 여전히 되는대로다. 







가끔 이렇게 칩도! 

물론 몸에 좋은 토마토와 실란트로와 아보카도로 정당화하며 차린 상인데, 애는 칩 밖에 안 먹으니, 후.  






코스코에서 아보카도 한 봉 샀으니 물러 못 먹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야지: 베이글 위에 아보카도 스프레드 (라 해 봤자, 소금, 실란트로, 아보카도, 라임즙)





펌퍼니클 빵 사이에 샌드위치, 






그리고 가정식 지라시.  






어느날 주말엔 큰맘 먹고 아침부터 고구마채까지 구웠는데 이날 얜 아빠랑 방에서 티비 보고 난 혼자 먹었었지... (그나저나 계란찜 실력이 늘 생각은 않고 점점 준다. 친정엄마가 눌어붙지 않아 계란찜하기에 최고라 했던 냄비에도 눌어 붙어 설거지 하기 참 귀찮은 냄비가 되었으니.) 






2주마다 식성이 변하는 것 같은 이 아이는 희한하게 토마토 스프를 이리도 좋아하길래 

(사실은 슬로우쿠커에서 끓인 토마토 소스를 좀 덜어 준 것)






할로윈 날 따 온 늙은호박으로 호박죽도 생전처음으로 만들어 보고 






고구마 외에 뭐가 들어갔는지 기억 안 나는 이 스프도 만들어 봤으나 둘다 모두 내 차지였음. 






그나마 상시 백업이라 생각했던 토마토소스 (슬로우쿠커에 간터키, 당근, 양파, 마늘, 캔 토마토, 파슬리, 오레가노, 타임, 후추, 소금 약간, 피시소스 약간), 치즈만 든 케사디아도 이젠 안 먹을 때가 더 많으니 요리 실력을 하루빨리 향상시켜야겠다. 







식탁에 앉을 때마다 서로 스트레스 받고 난 매일 늙는 것 같다. 얜 잘 먹는 편인데도. 

한편으로는 다른 어른 식성 생각할 필요 없이 애만 먹이면 되는 식이라 스트레스 덜 받을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애도 잘 안 먹을 걸 이것저것 차려가면서 억지로 먹이려 하는지 내 자신을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애가 안 먹으면 다시 싸서 냉장고에 넣거나 버리거냐 해야지, 왜 내가 꾸역꾸역 먹고는 살 쪘다 우울해지는 건지. 그럴 필요 없는데. 알면서도 주체할 수가 없다. 식탁 위의 고민, 하루빨리 끝나고 얘랑 나랑 동일한 식성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 (점심이나 저녁으로 수시로 회쌈 먹을 수 있는 그 날.. 아니면 길가 까페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라도. 언제쯤이면 이 고민을 좀 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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