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선 애를 위해서 밥을 준비하는 대신 나를 위해 준비하자고, 내 입맛에 맞게 준비해서 나라도 맛있게 먹자고 했건만

현실은 전날 저녁 식사로 실패한 요리를 다음 날 아침식사로 재활용하거나 







먹을 거 같은 거 일부러 찾아 시도했다가 나한테도 별로인 이도저도 아닌 식사가 되기도 한다. 


슬럼프에 빠져 다이어트 검색에 심취해 스무디의 세계에 빠져있던 며칠은 오래된 냉동과일들을 차례로 먹어 치웠다가 (이 김에 냉동 아몬드도 열심히 먹어가고 있고, 재작년에 충동적으로 사 뒀던 spirulina 파우더도 맛보기 시작했다) 






나중엔 그 안에 시할머니께서 보내 주셨던 콩가루까지 추가: 과일, 요거트 또는 크렌베리 주스와의 조합이 별로 안 맞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콩가루의 고소한 맛이 모든 스무디의 맛을 더하는 것 같다. 강추!

- 냉동과일을 포함하여 모든 재료를 전날밤 미리 큰 컵에 넣어 놓고 아침엔 핸드블렌더로 바로 믹스하면 간편하다. 






그래서 요거트+그라놀라 씨리얼 콤보 위에도 레귤러 토핑으로 투입시키고






애한텐 트라디셔널하게 씨리얼 위에 꿀만 좀 올리는 걸로... (내 입맛에 애를 맞춰야지 했던 예전 마인드에서 이젠 애 입맛을 살살 맞추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하는 겸손한 자세로 들어섰음.)  






근데 에그 스크램블은 왜 안 먹는걸까. 입에 넣었다가도 다 뱉어내길래 웬만해선 잘 먹는 연어를 섞었다가 그거도 모자라서 케찹까지... ㅠㅠ 






예의상 그린도 부드러운 잎파리만 골라 애 그릇에 놓아주지만 간을 어찌했던 상관없이 무조건 내뱉어 버리기에 얘 그릇에 놓는 것도 실은 내 몫이야. 작년 땡스기빙까지만 하더라도 이 굵은 collard 줄기도 어그적어그적 열심히 씹어 삼키더니 말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나랑 K 입맛대로 상을 차리고 






꽤 깐깐하게 식단조절하는 K도 다 먹어치우지 않는 닭고기는 그 다음날 비빔국수에 재활용,


 



그러다 반복되는 rejection에 지치면 코스코에서 로스트 치킨 하나 사오양심상 차리는 샐러드 대접은 온전히 내 차지. 






그래도 한가지 뿌듯한 건 언니 추천에 따라 쌀 100 대신 쌀 50, quinoa 50 으로 지은 밥을 애가 아무렇지도 않게 잘 먹는다는 것. Quinoa 가 고단백질이라니 쏘 굳. 







애가 기침이나 콧물이 나온다면 즉시 치킨스프 대령. 






그리곤 다시 K와 내 입맛으로 돌아간다. 

코스코에서 사 뒀던 서리태콩 한통을 언제 다 먹어치우나 고민 중인데 이렇게 홈스타일로 껍질째 비지를 만들어 먹으니 왔다다





지난 몇주간 가장 반응 좋았던 요리는...!!






이웃분이 끓여 주셔서 냄비에 담아 얻어온 바지락 칼국수. 애기가 먹을 걸 깜빡했다며 청양고추가 들었다며 걱정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3그릇을 먹는 것이다. 

간만에 기뻤지만 마음 한켠이 씁쓸. 


내가 생각해도 내 요리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얘도 그런 맛은 아는건지. 







이렇게 요거트를 사랑하듯 내가 만드는 것도 모-두 사랑해 주면 얼마나 좋아. 






알았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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