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다녀온 부산여행은 우리에게 사실 "이별여행"의 개념이나 다름 없었다. 곧 떠날 한국이기에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는 부산을 다시 다녀 왔던 것. 

그 사이에 우리 식구에겐 과분하도록 넓었던 아파트도 바이, 

(사진은 애가 찍은 것. not bad.) 






이따금씩 맛나는 농산물, 호박죽, 반찬, 김밥을 주던 이웃에게도 굳바이, 






나름 가까워 몇번 방문 드렸던 김천 시할머니께도 굳바이...

(이 날 화창한 날씨에서부터 바깥에 널린 할머니 빨래까지, 완전 봄기운이었는데.) 






미국 사는 한국여자들은 대부분 한국 오자마자 미장원 방문하고 가기 직전에 방문하지 않나. 얘도 그 대열에 끼기 시작했다.

(얘도 천상 여자인가보다.)  






그리고 결국 4월 초에 출국. (엉엉엉. 지금 이미 미국에 와 있는데도 슬프다.) 






짐가방 보안검사에서부터 특별 출국심사 (그 옆에 별도의 사무실에서 처리) 하는 동안 이미 지쳐 출국심사장에서 한바탕하질 않았나







4:50분 보딩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저녁 8시가 되어도 무조건 연착이라고만 하고.. (게이트 앞에서의 몇시간동안 얜 이미 지 포텐셜을 다른 승객들에게 알려 놓음) 







결국 취소되어 공항 근처 호텔에서의 컴플리멘터리 저녁과 숙박, 아침식사 후 그 다음날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았다. 아주 긴 여행의 아주 길고 힘든 시작이었으나, 비행기 안에서의 13시간은 K가 자기가 무조건 맡겠다 했기에, 난 마음 아주 툭 놓고 툭 맡겨 버림. (K는 여행 준비하는 내내 내가 온갖 걱정을 다 하며 이것저것 챙기고 사고 정리하고 있으면, 자신있게 자기가 있는데 무얼 걱정하냐며, 자기가 안든 업든 어떻게든 하겠으니 걱정하지 말라했었다. 무경험자의 자신감이었더랬지. 결론은 어쨌든 앞으로 비행기는 타지 말잰다...) 






그리고 딱 3일만에 먹는 텍사스 시댁에서의 집밥.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었다. 나도 애도 밥공기를 싹싹 비우고 더 먹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집에 도착했다는 그 안도감. 


손녀를 처음 보시는 시어머니는 손녀 편하라고 안방을 우리에게 내 주시고, 불쌍한 시아버지는 마루에서 주무시고... 

우리 모두 시댁에서 닷새만 머무를 계획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죄송하지만,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지냈지만, 그 닷새가 2주가 되고, 2주가 6주가 되리라고 누가 알았을까. 

이번 이사는 정말 긴 여행이었다. 

'my days'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ristmas 2015  (8) 2015.12.30
2016 새해계획  (5) 2015.12.20
2015 새해계획 상반기 검토  (4) 2015.07.05
My recent favorite:  (2) 2015.01.13
Christmas & New Year's Eve 2014  (6) 2015.01.04




이주 전까지만 해도 나의 등산에 대한 자세는 그저 "운동하는 마음으로..." 였다. 

어쩌다 늦게 출발하거나 일찍 돌아와야 하는 날은 산을 반도 못 오르고 내려와야 할 때가 있지만 그런 날도 5km 정도는 걷는 편이고, 

원래 8.8km 코스를 마치고 오는 길에 밥이라도 먹으러 들르면 총 9.4km 까지도 걷게 되니 평소에 비하면 상당한 활동인 셈. 


그러다 지난 주 K와 함께 볼일 보러 다니는 통에 등산은 커녕 가벼운 산책도 못하는 스케줄이 열흘 이상 연속이 되니 나중엔 등산을 갈망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등산하는 내내 끊임없는 수다에 빠져 있기에 산에 오르며 마음을 정리한다는 고상한 표현은 적합하지 않지만 요즘 등산은 육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에 크게 기여하는 활동이 되었다. 이때까지는 흔치 않았던 흙길/논사이길을 걸으며 날씨와 기온의 변화를 발바닥과 무릎으로(...) 매일매일 체험하는 것도 큰 복. 등산하는 동안만큼은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도 크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일상 속에서는 자꾸 갑갑한 마음 뿐이다. 분명 애가 하루종일 밥을 한끼 제대로 안 먹어서인 거 같은데... 이젠 드디어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도 거부. ㅠㅠ. 이젠 단순히 야채, 생과일을 식단에 포함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식사 시간에 상에 놓인 음식을 먹는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교육해야 할 실정. 이랬던 애가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건만. 

'peace of mind...o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흘디톡스-Day 2를 마치며.  (2) 2016.02.03
열흘 디톡스-Day 1을 마치며.  (1) 2016.02.02
2015년 목표 요가자세 하나 더.  (4) 2015.02.03
등산로에서 노루 목격.  (6) 2015.01.16
산 오르며 마음 정화.  (4) 2015.01.08

오전 등산을 시작한지도 일주일. 첫날은 8.8km 에 2시간 20분 정도 걸렸었다. 이젠 1시간 57분이면 집에 들어와 뜨뜨미지근한 커피 한모금.. 캬.  







물론 산 오르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겠지만, 실은 산에 도착하기 전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논밭 사이를 걸으며 지나치는 풍경이 더 인상적이다. 매일 아침 얼음가에서 놀고 있는 닭 구경도 솔솔하고







배나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생전 처음이다. 







이튿날엔 저 겨울가지들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건 다 목련이죠?!" 하며 아는 척 했다가 무식한 티 다 냈음.







하지만 웬만한 생활/지역정보를 다 아는 등산 파트너가 있어 오르락내리락하며 배우는 것도 많아 감사하고 

얘기꺼리가 많아 한참 침 튀기며 수다떨며 가다 보면 산의 반을 다 올라 있단 것도 감사하고 

겨울 흙길 위에 꽤 소복히 쌓인 낙엽과 솔잎 덕분에 내려오는 길도 폭신폭신. 8년 전 스노보드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무릎을 조금이나마 배려해 주는 것 같아 그것도 감사할 따름.

그리고 무엇보다도 논길 걷다 눈 앞에서 뛰어지나가는 노루 구경까지 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감사. 

(언젠가 노루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할텐데!!!)







올해 스타트가 매우 좋은 것 같아 감사하다.

(곧 이사 떠날 것 생각하면 많이 슬프다.)






겸 운동도 할겸 해서 올랐는데, 몇년만에 처음으로 한 등산이라 계획없이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모자를 챙기지 않았더니 귀고막이랑 볼이 얼어 혀도 잘 안 돌아가 문장 마무리도 제대로 안 될 정도. 


높이가 300m 채 되지 않아 높은 산은 아니라고 하나 그래도 집에서 정상까지 걸어서 8.8km. 나로선 인간승리한 느낌. 







그리고 집에 들어와 몇분간 머리도 얼얼, 마취에서 막 깬 느낌으로 방과 마루 사이를 헤매다가 뜨뜻한 스프로 정신 차렸다. 역시 겨울엔 스프가 괜찮더라. 

내일도 화이팅. 

14개월이 지난 후 (특히 걷기 시작한 후) 부쩍 부쩍 크는 것 같다. 하루종일 나랑만 있어 심심할텐데도 나름 혼자 잘 노는 편이어서 매끼니 설거지도 제때 해 놓고 청소도 좀 불편해도 (청소기 돌릴 땐 청소기, 걸레질 할 땐 대걸레를 쫓아 다니는 애를 피해 다녀야 하는 실정. 오늘은 열심히 대걸레질 하다 바로 뒤에 있는 애 이마를 대걸레로 푹. 강하게 크는 애.) 그럭저럭 해 놓을 수 있어 나은 편. 



 




몇개월 전에 사 놓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장난감들도 어디선가 찾아내 노는 덕분에 많이 사지 않은 장난감들 여태 사서 후회한 적은 없다. 


18-19개월 사이 생긴 습관이라면:


- favorite blanket 이 생겨 이 이불을 여기저기 다 끌고 다닌다는 것

-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기 시작

- 교회 영아부에서 만든 주기도문 종이 액자 앞에서 손 모으고 뭔가를 웅얼웅얼..

- 빨래 널 때 양말을 빨랫대에 얹어 놓기

- 주사 맞으면서 울지를 않음 (얼굴색은 붉어짐) 


여기까진 좋은 습관. 



 




새로운 나쁜 습관들:


- 쇠고기가 좀만 질기다 하면 집어 먹다 뱉어내고 더 집어 먹곤 뱉어내고.. 차라리 집어 먹지를 않았으면 좋겠다, 아까운 고기. 

- 할머니네(친정)나 다른 친구 집에 가서 내가 화장실만 갔다 하면 문 밖에서 통곡. 

- 언제부턴가 얘랑 나랑 둘만 집에 있어도 내가 화장실 문만 닫았다 하면 문 밖에서 통곡.

- 혼자 놀다가 뭔가 답답하거나 신경질 나면 손에 들었던 게 뭐든지간에 무조건 던지고 발차면서 소리 지르기. 남편 왈 "김치 temper"라며 자기 성격 닮은 건 아니라며... 근데 내가 봐도 totally 공감. 완전 내 성격이다. 그런 성격 때문에 부서져서 결국 교체해야 했던 핸드폰이 몇개였던가... 








그래도 몇주 전과 또 다르게 요즘엔 놀이터엘 가면 웬만한 미끄럼틀은 혼자 올려 보내고 난 밑에서 기다리거나 멀리서 바라보는 이 여유를 요즘 만끽하는데, 이렇게 매일매일 커주는 게 감사하다. 으흐흐흐. 이제 조만간 혼자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기쁨을 안겨다오. 



 




경기도의 서남부 끝자락에 있는 평택이라 서울 가는 것보다 충남지역을 방문하는 게 쉬워 주중에 동네 아줌마랑 당진 삽교호를 찾았다. 







둘다 외국인 남편이어 평소에 먹지 못하는 회를 둘이서 즐기자며 횟집에 들어섰더니 얜 싸간 도시락은 먹다 말고 쌀과자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 시작해 깜짝 놀람. 그래서 그 다음부턴 무생채, 오이생채 등 새콤매콤달콤한 반찬을 끼니마다 곁들이기 시작했다. 






몇살부터 회를 먹기 시작할런지. 정말 좀만 있으면 얘랑 나랑 외식투어 제대로 할 것 같은 희망찬 예감이..

'B'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18개월 간식 먹기  (2) 2014.10.24
15-18개월 밥 먹기  (4) 2014.10.24
첫 야외 걸음마, 안성팜랜드 (15개월)  (3) 2014.07.10
아빠랑 재회  (2) 2014.04.20
14개월 혼자 놀기.  (0) 2014.04.16

지난 5월 중순 쯤 교회 언니에게서 안성에 애들 데리고 가기 좋은 목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검색해 봤더니 바로 옆 동네일줄이야... 서울에서도 구경하러 온다는 농협 안성팜랜드 (경부고속도로 안성 IC에서도 15분 거리 밖에 안 됨):

 

 

 

 

 

 

 

집에서 15분 거리 정도. K가 쉬는 어느 금요일, 얘 야외에서 진짜 걸음마 연습 좀 시켜보자며 길을 나섬. K나 나나 얘 걷는 게 그저 신기하고 좋아서 신발 챙기고 부엉이 배낭 챙기고 난리.

 

 

 

 

 

 

얘도 처음 보는 리얼 동물들이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지, 내가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 -_-;;) 처음엔 조만한 토끼 보고도 겁을 내는듯 하더니,

 

 

 

 

 

(K는 자유로이 거니는 염소 보고 질겁)

 

 

 

 

 

 

양들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는 거의 뛰어들 기세.

 

 

 

 

 

그래도 몇 걸음을 떼니 짐이 많으면 잠시 세워 놓을 수도 있고 이런 날엔 오랜만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느낄 기회도 있다. 3분동안이나마.

 

 

 

 

 

그리고는 호밀밭 산책로를 따라 걸었는데

 

 

 

 

 

알고보니 전혀 유모차-friendly하지 않더라. 안내원은 사진의 오른쪽 위 코너에 보이는 큰 나무까지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포장되지 않은 산책로에 K 땀 쫙.

 

 

 

 

키높이만한 풀 감상하며 걷다 뒤돌아 보니

 

 

 

 

 

결국엔 유모차를 들고 나타나는 K. 애아빠 노릇하기 힘들어 보인다.

 

 

 

 

 

애는 거의 수평자세에서도 좋댄다. (내가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할 때 사용하던 방법이라 애는 이미 익숙하단 눈치.)

 

 

 

 

나무 가까이 오니 다시 포장도로. 휴.

 

 

 

 

 

언덕을 내려옴으로써 호밀밭 산책을 마치고 땀 좀 더 흘릴까 하여 이젠 4인용 자전거:

 

 

 

 

 

난 개인적으로 이 자전거를 적극 추천. 왼쪽 좌석에서만 방향 조절 가능하나 바퀴는 2인이 돌릴 수 있어 힘 좀 덜 들이고 다닐 수 있음.

 

 

얜 앞에 벨트로 짜매고 빈 커피컵을 줬더니 바람 맞으며 좋댄다,

 

 

 

 

얘 좀만 더 크면 주중에도 애와 단둘이서 자주 자주 방문할 수도 있겠단.. 생각은 했으나 날씨도 더워지고 햇살도 강해져 가을쯤 되면 선선한 바람을 느끼러 다시 방문해 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고 오후 커피는 안성팜랜드보다 좀 더 북서쪽에 위치한 뉴욕커피아울렛에서 해결했다.

 

 

 

 

 

아직 집에 커피메이커도 없던 시절에 커피아울렛이 어떤 건지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

 

 

 

 

 

 

 

이제  한걸음 한걸음 떼기 시작했으니 얘와 나의 활동범위도 좀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득하다. 키즈까페 같은 데 가서도 본전 뽑아보고...

 

 

 

 

 

K와 밖에서 공놀이하며 (K의 꿈은 농구이나 얘의 허벅지는 축구의 꿈에 더 가깝다며) 몇시간을 보낼 그런 나날을 기대한다.

 

 

 

'B'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18개월 밥 먹기  (4) 2014.10.24
자기 하고 싶은 것 챙기는 나이가 되었다.. 19개월  (2) 2014.09.30
아빠랑 재회  (2) 2014.04.20
14개월 혼자 놀기.  (0) 2014.04.16
13개월 요즘.  (6) 2014.03.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