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으로 인해 한국에도 못 가고 별볼일 없이 여름이 지나가나 했는데 다행히도 바다 구경은 신나게 했다.
여름에 유투브로 검색해 제대로 머리도 자르고
어찌저찌 시간 보내다 보니
2학년생.
작년 이사 이후 올 가을부턴 새로운 학교에 등교하는 거였는데 온라인 스쿨 덕분에 그렇게 힘들지 않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얘는 온라인이 평생 에브리데이였으면 좋겠다고...
오히려 어릴 때보다 애교가 늘어 요즘 수시로 아무때나 쓸데 없는 행동들을 잘 한다. 예를 들어 그냥 복도를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엉덩이를 씰룩이며 지나간다던가... 일부러 자기 침대에서 재우려고 얘가 제일 싫어하는 체리 무늬가 있는 이불로 바꿨는데도 굳이 기어 들어와서 없는 공간에 비집고 들어와 발을 마구 비벼댄다거나...
가을부터 아부부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고 나도 온라인 교생 실습을 시작하며 슬슬 매끼 계획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졌고 툭하면 비빔국수나 라면 생각나기 일쑤라 며칠 전 저 높이 보관해 두었던 전기 밥솥을 다시 꺼내 놓았다. 따뜻한 밥이라도 항상 있으니 급할 때 장조림 반찬 하나 또는 계란 후라이 하나만 곁들여도 따뜻한 한끼가 되어 너무너무 편해졌다. 그 전 압력냄비로 밥 할 때 항상 미리부터 계획하고 쌀 불리는 것도 일이었을 땐 거의 빵 아니면 국수류 아니면 전날 먹고 남은 샌드위치...
올 여름 아부부는 의외로 애호박 케잌 (zucchini bread) 에 맛을 들였고 (초코칩 때문이었겠지)
블루베리는 걸러내고 남은 블루베리 머핀도 며칠 아침식사로 잘 먹어 주었다.
여러 메뉴 중 가장 사랑 받았던 건 감자채 전!! 푸드 프로세서로 감자채를 내고 소금에 절였다 물만 짜고 바로 구워도 전이 될 수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배움.
잣죽도 이번에 처음 시도해 봤는데, 처음 먹을 땐 정말 고소하지만 먹을 수록 느끼해지는 이유는 뭘까. 어렸을 적 배 아팠을 때나 먹어봤던 것 같았는데 추억하며 기대하며 만들었던 것에 비해 약간 실망. 다음엔 뭘 바꿔봐야 할지..
제빵기 식빵으로 햄에그 샌드위치, 와플, 바게뜨 + 버터는 얼른 먹으란 잔소리 없이도 입에 쑥쑥 잘 들어가는 메뉴이다.
전반적으로 아부부는 잘 먹는 편이다. 김밥은 싫다 하면서도 집에 있는 재료로 (두부, 아보카도, 케일/깻잎, 우엉 등) 싸 주기만 하면 한줄 어치는 먹는 것 같고
파스타는 빨갛든 하얗든 국물이 있든 바짝 구웠든 상관없이 잘 먹는 편.
카레도 싫다 잡채도 싫다 해도 해 주면 잘 먹고 (쓰다 보니 애가 싫다는 것만 골라서 해 주는 것 같긴 하네...)
정말 아이디어/재료 다 바닥나서 남은 칠리를 또띠아 칩에 얹어 대강 나쵸를 만들어 줘도 한끼를 때울 수 있으니 정말 식성 편한 딸을 두긴 했다.
아부부가 여전히 제일 사랑하는 메뉴는 두부 (조림, 부침, 찜, 마파, 유부 등등등등등등)와 라면.
그 외 연근, "쌈싸," Chinese broccoli, 자몽, 청포묵, 김치찌개, 오징어, 매운만두, 등.
순위를 매기자면:
1위 라면 + 스시 (!!!)
2위 두부
3위 유부초밥
이번 주 몇년 만에 사태 사서 장조림 만들었더니 일주일만에 거의 다 먹어 치웠고 (맛도 있었지만, 아마도 맨 밥에 그 반찬 하나로 끼니 때운 적이 많아서겠지..) 이번 주말엔 똑 떨어진 김치 만들고 멸치 볶았음. 그 밑반찬 두개로 일주일 더 버텨보려 한다.
이번 주 하이라이트: 작년 9월에 빠진 대문니가 9개월만에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10월에 빠진 이는 5월 말에 먼저 나오기 시작. 대문니가 4개월이 넘어도 보일 생각을 않고 6개월이 넘어도 나올 생각을 안 해서 치과 가서 잇몸을 찢어줘야 하나, 뭐가 문제가 있나 온갖 생각을 다 했었는데, 이것도 Covid-19 덕이라면 덕, 병원 들락날락하기 싫어 지인들 말 듣고 잠잠히 기다리고만 있었더니 굳게 닫혀 있던 잇몸을 뚫고 이가 나오기 시작함. 지인 치과의에 의하면 엑스레이로 안에 영구치가 있는 것만 확인이 됐으면 시간이 걸려도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비록 1학년 마지막 주이긴 하나 classes go on. 매주 2회 실행하는 온라인 미팅 참석 중 아부부 표정. 이번 온라인 교육 기간을 통해 아부부의 학교에서의 모습도 약간 상상이 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후.
다행히도 학교 과제는 많이 줄어 들어 오후 시간엔 느긋한 여유를 즐겼고 난 아부부 아이패드에서 Roblox 앱을 삭제하는 어렵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니 마술에서라도 풀려나듯 인형놀이를 다시 시작했고
전분과 물만 2:1로 섞어 놀 수 있는 ooblex 도 만들고
물놀이에
자가마스크까지.
다행히도 조용할 때 찾아보면 책도 자주 들여다 보고 있고 (매일 한권 이상 책을 읽으면 한달에 10불을 약속한 탓인지도 ^^;;) 여기저기 널린 종이에 뭔가 끄적끄적 적어 놓기도 하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