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Phoenix 를 출발해 Grand Canyon 으로.
어느 드라이브 전이나 마찬가지로 우선 차 안에서 먹을 간식 장부터 샀는데 화장실 stop 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채소로 물을 대체함. 하루 몇시간씩 고속도로 위에만 있다보니 특별한 경치도 없고 하루종일 먹기만 하는데 이 날 처음 시도한 sweet bell peppers 는 너무 달아 그 다음에 먹는 사과 단 맛이 쓰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12시쯤 도착한 Grand Canyon. 나는 몇 년 전에 버스패키지 여행으로 한 번 구경한 적 있었지만 K는 태어나 처음이랜다. 첫 stop 은 IMAX 영화. 그리고 visitor center. 둘 다 신났다.










대자연 구경. 이름 그대로 grand 하다. IMAX 만 보는데도 머리가 어질어질, 속은 미쓱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 구경.










이상하게 K는 첫날 내가 3시간 운전 나쁘지 않게 했다고 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운전해 보겠다고 제안해도 운전대를 안 넘긴다. 왜일까. 분명히 3시간 중 2시간은 잠만 잘 자 놓고... 그래서 난 먹다가 사진 찍어 보고, 처음 써 보는 스마트폰 연습. 잠 4시간만 자고 해발고도 6000ft 높이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마주치는 drive-through 스타벅스 아이스 커피는 맛이 없어도 맛있다.









5시간 후 도착한 Las Vegas, MGM Grand Hotel. 킹베드에서 처음 자 봤는데 참 컸다.
이번 여행 다니는 동안 가장 좋은 숙소. 앞으로도 이런 숙소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숙소 예산을 다시 짜게 하고픈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Texas, Arizona, Nevada 중 Nevada 수질이 가장 좋은 듯. 항상 손만 씻고 나면 즉시 꺼끌꺼끌하고 건조해지던 손이 드디어 매끌매끌한 물을 만났다.) 하지만 큰 호텔에서 지내니 그 호텔을 빠져 나오는 데에만 20분. (길을 잃어서...)










밤 10시까지 연다는 Bellagio 의 부페에 얼른 도착해야 하는데 8시에 방을 나와 호텔을 빠져 나오니 8시 27분. ㅠㅠ. 그리고 Bellagio 까지 걸어가니 9시 15분이었다. ("분명 지도상으로는 호텔빌딩 4-5개 밖에 안 되던데 왜이리 먼거야..." 하며 촌사람들처럼 길 헤매고. 9시 10분이 넘어서니 밥도 못 먹을 거란 생각에 체력도 떨어지고 정신력도 약해져 나중엔 둘다 무표정, 대화도 없이--화려한 불빛은 피곤한 눈에 거슬리기만 할 뿐--robotic 하게 걷기만 함.)









겨우 Bellagio 를 찾았더니 The Buffet 를 찾는데 5-10분. 겨우 도착하니 왜 9시 40분에도 줄이 긴걸까. 아무런 hesitation/discussion 없이 옆집 Noodles 에 들어가 curried chicken 과 shrimp with black bean sauce 주문. Road trip 기간 동안 먹었던 것 중 최고. 10시가 다 되는 시간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밥까지 깨끗하게 해치웠다.  











그리고는 좀 더 제정신으로 길거리 구경에 나섰다.

이번 Las Vegas 여행으로 다시 한번 느낀 건 나이.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냥 무기력해진 걸까, 휘향찬란한 불빛 속에서 high-spirited 한 (알코올이든 뭐든간에) 남녀 사이에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서로 다른 성별을 check out 하는 것도 오랜만에 구경한다. 모두가 그 weekend 의 entertainment 를 시작하는 초저녁에 (밤 12시 반) K와 나는 두 노인네들처럼 곱게 사진 찍고 들어와 수면을 취하였다. (신혼 5개월차지만 마음은 결혼 60주년을 맞은 것 같은 사이.)
첫날 뉴멕시코의 White Sands National Monument 를 출발해 향했던 곳은 Tucson에 계시는 K의 이모네. 그 날 뉴멕시코의 하늘은 날카로운 번개, 천둥과 소나기, 먼지기둥으로 요란했었다. 그리고 운전하는 K의 마음을 심란케 했다. 미국은 모든 게 크다.











밤 10시 반쯤에 도착한 K의 이모네는 작은 집 뒷 뜰에서 배, 오렌지, 깻잎, 호박, 부추, 고추 등을 재배하신다. 이튿날 아침, 간단한 집 투어를 해 주실 때에 사진 찍어도 되는지 여쭤보니 "뭘 이런 걸..." 하시며 포즈를 취하신다.











Backyard 도 아기자기하게 뭔가 많이 심어져 있지만 집 내부에도 뭔가가 아주 많이 아기자기하게 걸려 있다. (대부분은 남편께서 사 오신다는 장식품들. 그 중에 가장 귀여웠던 건 아들과 엄마 이름을 짜 놓은 하트. ㅋㅋ)











오전 11시쯤 출발해 2시간 쯤 후 도착한 곳은 애리조나의 Phoenix. 다운타운에서 조금 저렴한 호텔을 찾으니 users' rating 8/10 이었던 Hotel San Carlos 였다. 부띠크 호텔이라는 건 무엇일까.









오래돼 후진 호텔이라는 걸까. K의 ID를 사용해 할인을 받았더니 배정된 호텔방 입구부터가... 헉... 방문을 중심으로 양쪽에 미국기라니... 세련과는 거리가 멀다, 이 호텔. 게다가 페인팅을 다시 했는지 온 복도와 방 안의 페인트 냄새에 머리가 띵.
화장실에도 한 턱 계단을 올라 들어가면 아주 오래된 변기와 tub에 1928년 호텔 개장 시 사용했다는 수도꼭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너무나도 작은 싱크대에 complimentary toiletry 는 세워 둘 장소도 없을 것 같은데 있을 건 다 있다. (사실 화장실은 깨끗했고 유일하게 페인트 냄새가 안 나는 safety zone 이라 잠 못 들었던 새벽의 2시간은 마른 tub 바닥에 앉아 사진 정리 좀 하고 있었지.) 











애리조나가 사막이라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 정말 건식사우나에 히터 틀고 있는 양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서조차 찹찹한 느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돌아다니기 전에 local cafe 에 들어가 에어콘 바람과 wifi 부터 만끽하며 마음의 준비를. K는 호텔 출구에서부터 이미 말이 없어짐.










Central Avenue 의 Central Station 바로 옆에는 Civic Space Park. 공중에 뜬 sculpture 이 바람에 둥둥 흔들리는 거 보는 게 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다.










Central Station, Civic Space Park (across the street from Arizona State University), Phoenix Convention Center 와 Herberger Theater Center. (이 스케이트보드 타는 남자가 이 날 다운타운을 걸어 다니며 본 유일하게 에너제틱한 사람.)










길가에 돌아다니는 몇 안 되는 나머지는 다들 땀흘릴까 두려운 듯 매우 천천히 걷거나 서서 무표정. (미국에서 양산 쓰는 사람도 여기서 처음 본다.)

(새벽 네시에 랩탑을 켜는 건 귀찮고 간단히 아이패드에 저장한 사진 하나 업로드)









Phoenix, Arizona 는 정말 덥다. 무척 건조하기도 해서 건물을 나서는 순간부터 모공은 넓어지고 주름은 쫘악쫘악 갈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인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다운타운"을 거닐어도 대학가를 낀 1개 블록을 제외한 거리들은 미국 서부 영화의 황량한 saloon 거리를 연상케 한다. (사진은 나중에)

그나마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더위에 지친 표정들.

K를 만난 후 자주 깨달은 것: 10년 가량 뉴저지, 뉴욕, 매사추세츠주에서 생활하며 나에게 익숙했던 미국 도심이 미국 다른 주의 도심을 (전혀) represent 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 도심 속 미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 전체를 제대로 represent 하지 않는다는 것.

도시도 좋고 suburbs 도 좋다. 하지만 사막은 ... no, thanks.

(호텔은 1928년 지어진 부띠끄호텔이라 많은 시설에 1928년의 흔적이...ㅜㅜ. 중앙 냉방 시설은 강도 조절버튼 없이 방향만 손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너무나도 춥다. 가장 따뜻한 곳은 화장실. 그래서 화장실 tub 에 편히 앉아 글을 쓰고 있음. 입술이 제 색깔로 돌아올 때까지만이라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