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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선은 오랫동안 '닦'에 시달렸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20년쯤 전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떤 가수가 '닭'을 '닥'이라고 썼다. 진행자가 지적하자 '닦'이라고 고쳐 썼다. 그가 바로 김완선이다"는 소문이 아주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됐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에 나온 그녀가 '닦'이라고 쓴 건 자신이 아닌데 데뷔할 때 맹한 이미지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그럴 리가, 그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급기야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이계진 전 의원이 "김완선이 아닌 다른 가수가 '닭'을 '닦'이 아닌 '닧'이라고 썼다"고 증언했다. 비로소 김완선은 누명을 벗었고,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다른 가수에게 화살을 돌렸지만, '닧'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 전 의원은 점잖게 입을 다물었다.

'닧'소동의 바탕에는 맞춤법 문제가 깔려 있다. 많은 이들이 '닭'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면서 그녀를 흉보았다. 그러나 평소 맞춤법이 너무 어렵고 불편하다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이들까지도 그녀의 실수를 비웃은 것은 모순이었다. 그들만큼은 '닦'도 '닧'도 그녀도 옹호했어야 앞뒤가 맞았다.

'방가방가'와 '아햏햏'의 시대를 지난 요즘에는 "싸랑하는 영수씨 오널바메도 너무 보구십꾸 만나구 시퍼여♡♡♡", "나두 자미 오지안네 ㅎㅎㅎ"와 같은 글을 쉽사리 보게 된다. '웱'이나 '뷁' 같은 묘한 글자도 많이 쓴다. 그런데도 '닭'만큼은 '닭'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재환 방송사회자·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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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다.

(Source: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7/2011042702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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