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까지만 해도 나의 등산에 대한 자세는 그저 "운동하는 마음으로..." 였다. 

어쩌다 늦게 출발하거나 일찍 돌아와야 하는 날은 산을 반도 못 오르고 내려와야 할 때가 있지만 그런 날도 5km 정도는 걷는 편이고, 

원래 8.8km 코스를 마치고 오는 길에 밥이라도 먹으러 들르면 총 9.4km 까지도 걷게 되니 평소에 비하면 상당한 활동인 셈. 


그러다 지난 주 K와 함께 볼일 보러 다니는 통에 등산은 커녕 가벼운 산책도 못하는 스케줄이 열흘 이상 연속이 되니 나중엔 등산을 갈망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등산하는 내내 끊임없는 수다에 빠져 있기에 산에 오르며 마음을 정리한다는 고상한 표현은 적합하지 않지만 요즘 등산은 육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건강에 크게 기여하는 활동이 되었다. 이때까지는 흔치 않았던 흙길/논사이길을 걸으며 날씨와 기온의 변화를 발바닥과 무릎으로(...) 매일매일 체험하는 것도 큰 복. 등산하는 동안만큼은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도 크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일상 속에서는 자꾸 갑갑한 마음 뿐이다. 분명 애가 하루종일 밥을 한끼 제대로 안 먹어서인 거 같은데... 이젠 드디어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도 거부. ㅠㅠ. 이젠 단순히 야채, 생과일을 식단에 포함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식사 시간에 상에 놓인 음식을 먹는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교육해야 할 실정. 이랬던 애가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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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등산을 시작한지도 일주일. 첫날은 8.8km 에 2시간 20분 정도 걸렸었다. 이젠 1시간 57분이면 집에 들어와 뜨뜨미지근한 커피 한모금.. 캬.  







물론 산 오르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겠지만, 실은 산에 도착하기 전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논밭 사이를 걸으며 지나치는 풍경이 더 인상적이다. 매일 아침 얼음가에서 놀고 있는 닭 구경도 솔솔하고







배나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생전 처음이다. 







이튿날엔 저 겨울가지들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건 다 목련이죠?!" 하며 아는 척 했다가 무식한 티 다 냈음.







하지만 웬만한 생활/지역정보를 다 아는 등산 파트너가 있어 오르락내리락하며 배우는 것도 많아 감사하고 

얘기꺼리가 많아 한참 침 튀기며 수다떨며 가다 보면 산의 반을 다 올라 있단 것도 감사하고 

겨울 흙길 위에 꽤 소복히 쌓인 낙엽과 솔잎 덕분에 내려오는 길도 폭신폭신. 8년 전 스노보드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무릎을 조금이나마 배려해 주는 것 같아 그것도 감사할 따름.

그리고 무엇보다도 논길 걷다 눈 앞에서 뛰어지나가는 노루 구경까지 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감사. 

(언젠가 노루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할텐데!!!)







올해 스타트가 매우 좋은 것 같아 감사하다.

(곧 이사 떠날 것 생각하면 많이 슬프다.)






겸 운동도 할겸 해서 올랐는데, 몇년만에 처음으로 한 등산이라 계획없이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모자를 챙기지 않았더니 귀고막이랑 볼이 얼어 혀도 잘 안 돌아가 문장 마무리도 제대로 안 될 정도. 


높이가 300m 채 되지 않아 높은 산은 아니라고 하나 그래도 집에서 정상까지 걸어서 8.8km. 나로선 인간승리한 느낌. 







그리고 집에 들어와 몇분간 머리도 얼얼, 마취에서 막 깬 느낌으로 방과 마루 사이를 헤매다가 뜨뜻한 스프로 정신 차렸다. 역시 겨울엔 스프가 괜찮더라. 

내일도 화이팅. 

지난 5월 중순 쯤 교회 언니에게서 안성에 애들 데리고 가기 좋은 목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검색해 봤더니 바로 옆 동네일줄이야... 서울에서도 구경하러 온다는 농협 안성팜랜드 (경부고속도로 안성 IC에서도 15분 거리 밖에 안 됨):

 

 

 

 

 

 

 

집에서 15분 거리 정도. K가 쉬는 어느 금요일, 얘 야외에서 진짜 걸음마 연습 좀 시켜보자며 길을 나섬. K나 나나 얘 걷는 게 그저 신기하고 좋아서 신발 챙기고 부엉이 배낭 챙기고 난리.

 

 

 

 

 

 

얘도 처음 보는 리얼 동물들이 뭔지나 아는지.. (모르겠지, 내가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 -_-;;) 처음엔 조만한 토끼 보고도 겁을 내는듯 하더니,

 

 

 

 

 

(K는 자유로이 거니는 염소 보고 질겁)

 

 

 

 

 

 

양들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는 거의 뛰어들 기세.

 

 

 

 

 

그래도 몇 걸음을 떼니 짐이 많으면 잠시 세워 놓을 수도 있고 이런 날엔 오랜만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느낄 기회도 있다. 3분동안이나마.

 

 

 

 

 

그리고는 호밀밭 산책로를 따라 걸었는데

 

 

 

 

 

알고보니 전혀 유모차-friendly하지 않더라. 안내원은 사진의 오른쪽 위 코너에 보이는 큰 나무까지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포장되지 않은 산책로에 K 땀 쫙.

 

 

 

 

키높이만한 풀 감상하며 걷다 뒤돌아 보니

 

 

 

 

 

결국엔 유모차를 들고 나타나는 K. 애아빠 노릇하기 힘들어 보인다.

 

 

 

 

 

애는 거의 수평자세에서도 좋댄다. (내가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할 때 사용하던 방법이라 애는 이미 익숙하단 눈치.)

 

 

 

 

나무 가까이 오니 다시 포장도로. 휴.

 

 

 

 

 

언덕을 내려옴으로써 호밀밭 산책을 마치고 땀 좀 더 흘릴까 하여 이젠 4인용 자전거:

 

 

 

 

 

난 개인적으로 이 자전거를 적극 추천. 왼쪽 좌석에서만 방향 조절 가능하나 바퀴는 2인이 돌릴 수 있어 힘 좀 덜 들이고 다닐 수 있음.

 

 

얜 앞에 벨트로 짜매고 빈 커피컵을 줬더니 바람 맞으며 좋댄다,

 

 

 

 

얘 좀만 더 크면 주중에도 애와 단둘이서 자주 자주 방문할 수도 있겠단.. 생각은 했으나 날씨도 더워지고 햇살도 강해져 가을쯤 되면 선선한 바람을 느끼러 다시 방문해 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고 오후 커피는 안성팜랜드보다 좀 더 북서쪽에 위치한 뉴욕커피아울렛에서 해결했다.

 

 

 

 

 

아직 집에 커피메이커도 없던 시절에 커피아울렛이 어떤 건지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

 

 

 

 

 

 

 

이제  한걸음 한걸음 떼기 시작했으니 얘와 나의 활동범위도 좀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득하다. 키즈까페 같은 데 가서도 본전 뽑아보고...

 

 

 

 

 

K와 밖에서 공놀이하며 (K의 꿈은 농구이나 얘의 허벅지는 축구의 꿈에 더 가깝다며) 몇시간을 보낼 그런 나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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